일상다반사

내가 확진이라니 내가 코로나라니

시타치타 2022. 1. 27. 18:24

제목 그대로다.
코로나 확진자가 만명을 넘어가는 시기에 나도 그 만명 속에 들어가게되었다.
정말 출근만 했는데 .. 열심히 일 했을 뿐인데 확진자가 되어버렸다.
목이 아주 약간 불편해서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했더니 음성이라 인후염인줄알고 항생제를 처방 받아 먹었다. 3일 처방받은걸 다 먹고도 하루가 지났다. 그러나 우연하게 본 슈퍼주니어 은혁의 기사를 보고 월요일이 되자마자 검사하러 갔다. 슈주 은혁이 자가진단으로는 음성 나왔는데 pcr은 양성이 나왔다더라. 나도 괜히 불안해져서 월요일 출근 전에 후다닥 검사했다. 사실 검사를 받으면서도 나는 음성일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이야. '나는 비록 목은 아프지만 열도 안나고 기침도 안해. 그러니 코로나는 아닐거야.......'
하지만 화요일 아침 9시가 되기도 전에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양성이니 출근하지말라고. 9시 넘어서 다시 전화드릴테니 일단은 출근하지마시고 집에 계시라는 전화에 심장이 철렁.
나는 진짜 인후염일거라고 확신했는데... 열도 안 나고 기침도 안했거든.
근데 확진이래. 양성이래...

많이 억울했다.
나는 놀러다니지도 않았고 어디서 옮았는지도 알 수 없어서. 시키는대로만 하고 살았는데 나는 확진이고 고기 먹으러 다니고 술 마시러 다니고 여행 다니는 인스타 스토리 속 저 사람들은 음성이래.

그래도 트위터 속의 글을 보며 위안을 삼고있다.
역병의 시대에 병은 그저 자연재해와도 같은 것이고, 언제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만약 피해를 입었다면 나 혹은 누군가의 잘못이 아니라 천재지변의 피해를 본 것에 가깝다는 말. 병은 징벌도 상도 아닌 그냥 병일뿐. 나의 업보도 아니고 천벌을 받은 것도 아니고 걸리지 않았다고 상을 받은 것도 아니라는 것.

감기인줄알고 너무 늦게 검사를 받았고, 병을 여러사람에게 옮기고, 직장 스케줄을 엉망으로 만들어버려서 죄책감에 잠을 못이뤘는데 이미 일어난 일은 어떻게 되돌릴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자 지내는 걸 힘들어하지도 외로워하지도 심심해하지도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재택치료가 가능해서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않아도 되고 밀린 집안일을 하고 밀린 영화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6개월 만에 얻은 휴식에 감사하며 합법적 휴무를 즐겨야겠다. 억울함과 미안함은 쉽게 사라지지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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